'造船의 두뇌' 대덕, "중국? 올 테면 와 봐" 세계1위 한국 조선 '인재와 기술' 바탕으로 한판 승부 자신 | |||||||||||
#장면 1 한국해양연구원 해양시스템안전연구소(MOERI). 중국에서 견학 온 조선공학과 학생들이 MOERI의 작은바다, 선형시험수조를 둘러보고 있다. 사진촬영 금지를 강조했지만 등만 돌리면 뒤에서 카메라 플래시가 번쩍인다. #장면 2 또 다른 바다가 있는 삼성중공업 대덕연구센터. 양복 차림의 한 외국인이 길이 400m의 예인수조에 떠 있는 노란 모형선 한 척을 열심히 촬영하고 있다. 발주한 선박의 성능평가를 참관하러 온 선주 측 사람이다. 평가 결과가 만족스러운 듯 그의 얼굴에 미소가 떠오른다. #장면 3 한국선급(KR)에 22일 중국 롱천(龍川)조선소 회장 일행이 방문했다. KR의 기술서비스에 관심을 가지고 찾아온 것이다. 얼마 전에는 노르웨이 해운회사에서 KR의 소프트웨어를 쓰고 싶다는 연락이 왔다. 세계의 조선업계가 대덕을 주목하고 있다. 세계 1위 한국 조선의 원동력인 '인재'와 '기술'이 대덕에 집결해있기 때문이다. 정부출연연구기관인 MOERI는 민간 조선소에서 감당하기 힘든 고비용·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기초·첨단 시험과 연구를 대신한다. MOERI는 초창기 수백억원짜리 장비와 전문 연구 인력을 지원해 한국 조선업의 발전을 견인했고 현재는 30년에 걸쳐 구축한 막강한 연구개발 경험까지 국내 조선소에 아낌없이 전달하고 있다. 지금까지 MOERI의 시험수조에서 사전 성능평가를 받은 선박만 일천 척이 넘고 현재도 1년에 50~60척의 선박이 MOERI를 거쳐간다.
이른바 조선업계의 '빅3' 중의 하나인 삼성중공업. 특히 고부가가치의 '명품 선박'을 짓기로 유명한 삼성중공업은 대덕연구센터에서 선박성능과 생산자동화를 연구하고 있다. 여기서 얻어진 최첨단 기술과 자동화장비들은 삼성중공업이 조선업계의 블루오션을 개척하고 중국의 추격을 따돌리는 비책이다. 동급 최고의 가치를 인정받은 쇄빙유조선과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인 용접로봇들도 이 곳에서 개발됐다.
국내 유일한 선급회사인 KR의 기술연구소에는 현장경험을 쌓고 들어오는 조선업계의 베테랑들이 모여 선박검사기술을 연구한다. 외항(外航)을 하는 모든 선박은 선급회사의 평가를 거쳐야 한다는 조선업의 특성상 KR의 가치와 영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문제이다. 선급회사의 검사는 설계검토부터 건조공정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평가함으로써 선박에 안정성과 완벽함을 부여한다. KR의 검사기술 연구는 한국조선업의 기반이자 미래인 것이다.
그러면 이들 조선분야 연구 기관들이 조선소가 있는 바닷가가 아닌 대덕에 자리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우수한 인재들을 확보하기 위해서 이다. 1970년대 초 조선업에 대한 나라의 전폭적 지원과 경영진들의 확고한 신념은 당시 조선업에 진출한 최고의 수재들을 만나 지금에 와서 '한국 조선 세계 1위'라는 크나큰 업적을 이루어냈다. 하지만 국내 조선소들이 남해안 바닷가에 자리 잡자 열악하고 고립된 생활환경을 못 견뎌 인재들이 조선업을 기피하는 경우가 속출했다. 이에 MOERI와 삼성대덕연구센터, KR은 인재확보라는 동일한 목적으로 대덕에 둥지를 틀었고 이곳에서 조선 연구·개발의 역사를 쓰기 시작했다. 물론 삼성대덕연구센터와 KR기술연구소의 경우, 먼저 대덕에 입성한 MOERI의 영향을 받은 바도 컸다. 현재 이들 기관의 총 300여명에 달하는 조선업계 핵심 연구 인력들은 이 곳에서 각각 다른 역할을 수행하고 있지만 연구·개발을 통해 한국 조선의 발전을 이끈다는 점에서 한 배를 탄 사람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대덕의 연구인프라와 융·복합을 통한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조선업을 '굴뚝산업'이 아닌 '첨단산업'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기술에 대한 자신감…"중국과의 승부 두렵지 않아" "중국의 추적이요? 설비를 늘린다고 어디 기술력도 같이 늘어나나요?" 현재 중국은 정부까지 나서 조선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중국의 조선업은 넓은 부지에 엄청난 조선 설비 확장, 값싼 노동력에 기술력을 보태 무서운 속도로 한국을 뒤쫓고 있다. "5년 내 한국을 따라 잡겠다"는 그들의 자신감에 얼핏 불안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 하지만 조선 산업의 연구 현장 대덕특구에서 만난 조선인들에게서 위기감은 찾아볼 수 없다. 김대헌 KR기술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중국의 설계 기술은 우리나라 1980년대 수준"이라며 "중국이 아직 두려운 존재는 아니다"라고 얘기한다. 황보승면 삼성중공업 선박해양연구소 상무도 "지금은 조선업의 최호황기라 발주량이 많아 중국의 수주량도 많은 것"이라며 "몇 년 후 호황기가 끝났을 경우 중국의 막대한 설비 투자는 오히려 골칫거리가 될 수도 있다"고 말한다. 그들은 생산성을 판가름 하는 것은 '설비의 규모'가 아니라 '인재와 기술'이고, 결국 선주를 설득시키는 것은 거대한 배를 짓고 있는 '생산현장'이 아니라 배의 성능을 개발 하는 '연구현장'임을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불안요소도 있다. 중국의 선박연구소(CSSRC)에는 외국에서 박사 학위까지 받아온 800여명의 연구 인력이 있다. 이들과 중국 정부의 조선 산업 육성 정책이 만날 경우 무서운 속도로 기술력이 향상될 수 있다. 중국은 '중국의 물류는 중국이 맡는다(國輪國造)'는 원칙을 세우고 중국해운회사에서 자국조선소에 선박을 발주할 경우 자금지원 혜택을 주고 있다. 이에 대해 한국 조선인들이 원하는 것은 단 하나, 우리 정부의 정책 지원. 현재 한국의 조선 산업은 정부의 지원에 비해 월등한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이다. 이는 조선소에서 자체적으로 투자해 이루어낸 '기술'의 결과이다. "기술은 자신 있다"는 한국 조선의 연구 인력들은 더욱 치열해지고 있는 한·중·일 경쟁에서 우리 정부가 국내 조선 산업에 힘을 실어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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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덕넷 정윤하 기자> yhjeong@hellodd.com | |||||||||||
2007년 07월 02일
* 주 : 본 기사는 담당 기자의 게재 승인을 받아 게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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