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넙치, 물 없이 LA로 운송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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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넙치, 물 없이 LA로 운송 성공 한국해양연구원, 세계최초 인공동면유도기술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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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해양연구원(원장 염기대)은 세계최초로 어류의 생체리듬을 이용하여 인위적으로 동면을 유도한 후 무수(無水)상태로 장시간(최소 24시간) 운송하여 원상회복시키는 기술개발에 성공했다고 7월 13일 밝혔다.
한국해양연구원 해양환경특성연구사업단 김완수 박사팀은 주변온도에 따라 생리작용이 달라지는 어류의 특성상 인위적으로 온도조건을 변화시킬 경우 내인성 생체리듬을 조절할 수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온도변화에 따른 어류 생체리듬의 변동 추이를 파악하여 어느 시점에서 동면상태가 시작되고, 원래 생체리듬을 회복하는지, 그 조건이 무엇인지를 규명해냈다. 이에 근거하여 한국산 넙치를 대상으로 실험을 거듭한 결과 인공동면유도 후 무수상태에서 24시간을 보낸 넙치를 건강한 활어상태로 복원시키는데 성공했다.

김 박사팀은 이 기술의 현장 시연 및 기술상용화 가능성 타진을 위해 지난 7월 5일 한국산(제주산) 넙치 20마리(40kg)를 대상으로 한국해양연구원 실험실에서 인공동면을 유도한 다음 인천공항을 출발하여 미국 LA 현지 도착 후 회복시키는 시범테스트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지금까지 선박이나 항공편을 이용한 활어의 대량유통은 가능했지만 장시간이 소요되는 수송기간과 활어의 신선도 유지를 위해 드는 막대한 처리비용이 한국산 활어의 해외시장 진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해왔다. 특히 활어상태로 항공기를 통해 유통시킬 경우 활어 무게의 최소 1.5배 이상의 해수가 필요해 판매되는 활어가격에 비해 항공 수송비가 지나치게 비싸다는 점이 지적돼 왔다.
이번에 개발된 기술을 상업적으로 적용하게 될 경우 항공유통망을 통해 전 세계 곳곳에 신선도를 유지한 대량 활어 수송이 가능해지고, 무수 운반에 따른 운송비 절감 및 신개념 유통․물류 시스템 구현이 가능해져 활어 유통 분야의 일대 혁명이 예견되고 있다.
이밖에도 인공동면유도기술의 산업적 파급효과는 매우 클 전망이다. 우선 어류의 무수 운반에 따른 유통구조 개선으로 최소 2배 이상의 운송비용 절감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됐으며, 전 세계 활어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게 됐다. 이를 통해 한국산 넙치를 세계 각국에 수출하게 됨으로써 연간 5백억 원 이상의 수출과 5년 내 3천억원 규모의 해외 시장 개척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김 박사팀이 확보하고 있는 어류의 ‘내인성 생체리듬 측정 장치’를 이용한 핵심기술이 해양환경영향평가 및 환경복원 연구 분야에 응용될 경우 파급효과가 매우 클 것으로 보인다.
어류의 내인성 생체리듬을 이용하여 각종 오염 환경에 노출된 어류의 치사 농도를 파악하거나 치사농도에 이르게 하는 환경조건을 알아내는 분석도구로 활용할 경우, 이를 적용한 후속연구를 통해 오폐수나 적조 등에 의한 어패류의 대량 폐사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한국해양연구원 김완수 박사는 ‘이번 넙치의 미국 무수 운송 시범테스트를 기점으로 더욱 더 많은 고급어종에 인공동면유도기술을 적용시킬 수 있도록 끊임없이 연구를 수행해 나갈 것’이라며 ‘앞으로 세계 각국의 고급어종에 대한 특성 파악 및 활어시장 수요 분석을 통해 한국을 해양생물 유통 분야의 메카로 성장시키는데 일조하고 싶다’고 향후 포부를 전했다.
김 박사팀은 어류인공동면기술 개발에 있어서 넙치를 최우선적으로 개발하게 된 배경에 대해 ‘제주와 남해안 일대에서 많이 양식하는 한국산 넙치를 고급 브랜드로 성장시켜 국내 해양수산업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함’으로 밝히고 이번 시범 테스트 성공으로 회나 활어류를 선호하는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지역을 비롯하여, 미국, 시장까지 국산 넙치의 수출 길을 열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그동안 국내외에서 연구 개발돼 온 인공동면 및 유사 연구사례로는 ①침술법(일본) ②호르몬 조절법(미국) ③마취수송법(필리핀, 대만, 프랑스 등) ④전기쇼크 수송법 ⑤냉각수조 수송법 ⑥인공동면 수송법 등이 있어 왔는데 김박사팀이 개발한 인공동면유도 및 무수운반 기술이 가장 안전하고 우수한 것으로 평가돼 우리나라가 이 분야 세계 최초이자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게 됐다.
일본이 개발한 ①침술법은 10cm 길이의 대바늘을 어류 뇌의 평형감각기관에 강한자극을 주어 혼절시키는 방법으로 일일이 처리가 어렵고 시간 소모적인데 반해 어류의 운송시간이 짧고 운송에 물을 필요로 한다는 단점을 지닌다. 미국은 호르몬제를 사용해 어류의 동면을 유도하는 ②호르몬 조절법을 개발해왔다. 이 방법은 호르몬제의 비용이 비싼 것도 문제지만 인체 안전성에 대한 검증을 필요로 하는 방법이라는 점에서 상용화하기엔 무리가 있다. ③마취수송법은 위생상 안전성 여부와 혐오감을 일으킬 수 있으며, ④전기쇼크 수송법은 전처리의 어려움과 폐사위험, 육질의 품질저하로 활용이 어렵다. 또 ⑤냉각수조 수송법은 냉각수조 설비의 비용부담과 어종별 저온생리 특성의 불확실성, 특수차량 소요와 운송 중 폐사위험 등이 문제점으로 제기돼 왔다. 각국의 인공동면기술 연구 성과를 종합해 볼 때 김완수 박사팀이 개발한 ⑥인공동면 수송법이 가장 안전하고, 유통면에서도 비용대비 효율적인 세계수준의 기술임이 입증된 셈이다.
☞ 인공동면유도기술
생물의 기초대사활동을 관장하는 생체리듬을 인위적으로 조절하여 마치 생물이 동면상태에 들어간 것과 같은 상태를 장시간 지속시켜 일정 시간이 지난 후에 다시 원상태로 회복시키는 기술